[테마 진단] 에드워드 케네디와 존 매케인
연방상원에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두 명의 의원이 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 그들이다. 이들이 주목 받은 이유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민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케네디와 매케인은 2005년 초당적 이민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비록 법안 내용이 다소 부실하다고 비판 받긴 했지만, 단속과 추방이 난무하는 지금의 실정에서 돌이켜보면 그 법안은 나름대로 획기적인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들 두 명의 상원의원의 행보가 달라졌다. 2006년 케네디는 백악관 측과 야합을 통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민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가족초청을 없애고 향후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일정 기간 일을 하다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임시 취업노동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그 법안의 골자였다. 결국 케네디가 부시와 졸속 합의한 법안은 민주, 공화 양쪽의 비난을 동시에 일으킨 끝에 흐지부지 사장됐다. 또한 2006년 대통령 출마 결심을 굳힌 매케인은 이민자 밀집 거주 지역인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와 뉴욕을 순회하며 대규모 타운 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민개혁을 주제로 열린 이들 타운홀 미팅에서 매케인은 단호한 어조로 인간적이고 포괄적인 이민법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2008년 들어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이민법 개정 논의에서 발을 빼겠다고 천명한 것. 케네디와 매케인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좌고 우면 하는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공화당 내에서 민주당원으로 취급 받을 정도로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유지하던 매케인이 이제는 확실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공화당의 정강정책 중 이민과 관련된 항목이 이를 증명한다.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이민문제에 아주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다. 이민 정책은 국가안보 이슈다. 우리는 사면에 반대한다. 이렇게 단호한 어조로 이민 정책의 방향을 설정해 놓았다. 이민 정책을 국가안보 이슈로 못 박은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다. 물론 국가안보가 이민 개혁 논의의 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공화당의 태도는 국가안보와 미국의 경제상황과 이민자 커뮤니티의 현실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범위에서 이민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에 단속과 추방, 국경수비, 서류 미비자 고용 업주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이민 정책이 공화당의 기조임을 나타낸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정강정책만 보면 민주당의 이민정책이 더 나은 듯이 보인다. 그렇다고 이민자가 오바마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완전히 잘못된 태도다. 기회주의자 민주당과 또 다른 기회주의자 공화당은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여기서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비극성이 노출된다. 선거에서 기권하지 않는다면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하는데 이민 유권자는 최악과 차악 중에 선택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이른바 인질정치의 표본이다. 민주당이 어떻게 행동하든 어차피 이민자의 지지를 받는다는 오만한 자세가 담겨있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의 포로가 돼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대책 없이 끌려 다닌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흑인 커뮤니티와 노조다. 이들은 자신의 정책 목표를 상실한 채 민주당의 박수부대로 전락했다. 따라서 이민자 커뮤니티에겐 전략적인 선거참여가 중요하다. 이민 개혁에 대한 양 당의 잘못된 접근을 동시에 비판하며 남은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올바른 이민 정책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계속 행사할 필요가 있다. 양쪽을 다 비판하는 행위는 양비론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가의 대상들이 둘 다 명백히 잘못할 경우에는 비판의 화살을 양쪽으로 날리는 것이 합당하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정치의 주체로서 정당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치력 신장이다.